"일가족을 살해한 혐의로 A 씨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. A 씨는 자신이 원해서 한 짓이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……." 라디오에서 흐르는 뉴스에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. 나쁜 놈이 붙잡힌 게 그나마 다행이라며, 좋은 굿에 부정 타지 않게 노래나 들으며 가자는 옥수의 말에 운전하던 바라지가 조용히 채널을 돌렸다. 잔잔히 흐르는 음악이 차를 채웠을 때...
전화 알림이 뜬 화면의 이름을 보자마자 방금까지 평온했던 중년 여인의 미간이 심히 구깃구깃해졌다. 살다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맞지 않다 못해, 한 것도 없이도 미운 사람이 있는 법이다. 그리고 현걸의 신어머니 배옥수에게는 지금 전화를 걸어온 상대가 그랬다. 이름 석 자 저장하기가 싫어 정 없이 '청주 김씨'로 저장해둔 그와 얄궂게 이어진 건 순전히 아이들 ...
음주 자격증이 있는 현걸과 파스타를 물고다니는 근혁. 이외에도 많은 친구들이 함께 살며 현걸은 주로 제초 작업, 친구들은 토벌을 하며 사이좋게 지냈으나 애석하게도 현걸의 친구들은 전부 괴물이 되었다네요~^^ 근혁이는 괴물이 되었어도 현걸이 말은 잘 들어서 우호형으로 분리되고 있지만, 과연? 슬픔에 빠진 현걸이 만취해서 오밤중 숲을 돌아다니고 있으면 근혁이 ...
진인사대천명 이현걸 썸네일. 설정상 현걸은 전라도 세습무라서 화려한 무복 걸치는 일 없이 흰 한복이 기본이고 제석굿 할 때나 모자를 쓰지만, 승무복 같은 단아하면서 화려한 차림이 여간 잘 어울릴 듯 하여……. 근혁이 썸네일은 고증을 지키려면 진짜 날과 각을 제대로 잡아야 하는데 가능이나 할지(...) 여차하면 최대한 간소화된 작두복이나 철릭 입힐 생각도 하...
"알겠지? 그 부적만 있으면, 네가 어디에 있어도 나와 네 어머니가 찾아갈 거야." 그리고 지켜주겠다고 했었지, 근혁아. 주머니에 넣은 손끝에 바스락거리며 닿아오는 부적을 꽉 움켜쥔 현걸은 비로소 웃음을 머금었다.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것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. 모든 불안을 떨치니 자길 지키는 신들이 느껴지고, 비로소 제대로 된 것들을 마주할 준비가...
"알겠지? 그 부적만 있으면……." 근혁이 비방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서야 둘은 적막이 깔린 학교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. 교무실이 바로 앞에 위치한 중앙현관을 피해, 근혁과 현걸은 1층의 미술실과 음악실을 살핀 뒤 서편의 계단으로 향했다.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고요한 학교의 복도를 물들이던 붉은 노을은 길지 않은 낮을 따라 잽싸게 밤의 어둠 속...
"예. 입금 확인했습니다. 제가 말씀드린 것들만 잘 지키시면 탈 없이 공사 끝날 겁니다." 통화를 마친 근혁은 다시 은행 앱을 켜 늘어난 숫자를 한 자리, 한 자리 눈에 담았다. 남들보다 일찍 무업을 시작해 미친 듯이 돈을 긁어모으길 4년째. 돈을 벌 수만 있다면 비방이든 점사든 굿이든 가리지 않으며 악착같이 번 돈은 겨우 나이 스물 먹은 놈이 벌었다기엔 ...
"미욱한 제자가 성황 신령님을 뵙습니다." 보잘것없는 돌무더기 앞에 정중히 절을 올린 현걸이 고개를 들자, 백발이 새하얀 노인이 어느새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. 꾹 다물린 입과 성난 눈썹은 현걸이 봐왔던 신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그의 비틀린 심사를 알아차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. 으레 노여움을 품은 신을 만나면 그에게 연유를 묻고 달...
짙은 땅거미가 내리고 있는 적막한 산을 채우는 것은 오직 두 사람의 숨소리뿐이었다. 그 고요 앞에서 현걸과 근혁의 숨은 점차 긴장을 두르고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. 처음에는 작은 마을이기에 조용한 줄로만 알았으나, 풀벌레 소리며 새 우는 소리 하나 없는 산은 그 자체가 기이한 현상이었다. 더군다나 서낭신의 흔적은커녕 사람의 혼은 물론이오, 짐승의 혼조차 없...
"현걸이랑 일을 다녀오겠다고?" 산처럼 치솟는 신어머니의 눈썹을 본 현걸은 물론 근혁도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방석 위에 얌전히 무릎을 꿇어 앉았다. 밖은 시끌시끌 했는데, 묵직한 기세가 눌러앉은 방 안은 세상과 단절된 듯 고요했다. 현걸의 나이는 갓 스물이었다. 사회와 무속의 세계 어느 곳에서도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는 한참 미숙할 나이. 하지만 뛰는 법을...
현걸과 그의 신어머니가 탄 차가 별다른 잡귀나 액운을 달지 않고 멀어지는 것을 보고서야 겨우 안심한 중년의 박수무당이 고개를 돌리니, 넋이 나간 주변 무당들과 바라지들을 물리고 어느새 새로운 굿판을 준비하는 자신의 제자가 있었다. "어떻게 알았냐." 거 준비 좀 도와주면서 물으면 어디 덧나시나? 물론 치미는 불만을 그대로 입 밖에 꺼냈다간 매타작이 돌아올 ...
현걸이, 우리 현걸이. 그렇게 속삭이는 어머니의 따스한 살결과 살내음, 부드러운 음성은 현걸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단 하나의 것이었다. 대대로 신을 모시는 집안의 아이가 영가를 볼 때마다 까무러치면 어떡하냐고 나무랄 법도 하건만, 성정 여린 아들이 울음을 터뜨리며 달려오면 그때마다 다정히 품을 내어주시던 어머니였다. 그런 어머니가 갈기갈기 찢기는 꿈을 꾼 날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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